바가지 상혼을 격퇴하는 매직 넘버 10% 때時 일事 (Issues)

1월1일부터 담뱃값이 2천원 가량 대폭 올랐다. 2,500원짜리 한 갑 기준으로 80% 인상된 셈이다. 국가가 국민에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겉으로는 국민 건강을 내세웠지만, 흡연자들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려는 속셈을 갖고 있음은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다.

세금을 올리는 수단으로서의 담뱃값 인상은 독특한 측면이 있다. 1)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워 조세 저항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 2) 세금을 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징세를 거부할 수단이 있다는 점, 3) 그러나 담배란 약물중독성이 있는 기호품이라서 그러한 수단의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이러한 성격은 담뱃값을 올려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부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명분과 실익을 함께 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는 선전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명분), 한편 아무리 그렇게 하더라도 일정한 수의 사람은 여전히 담배를 피울 것이므로 수익도 늘릴 수 있다(실익). 정부 논리에 따르면, 금연을 촉진하기 위해 값을 올렸는데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며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것을 낸들 어쩌냐는 식이 된다.

흡연 여부가 개인의 결정에 달렸다는 말은 틀린 건 아니다. 싫으면 끊으면 된다. 그러나 정부가 진정으로 많은 사람이 담배를 끊기를 원하는가? 나는 의심한다. 그보다는 약물중독의 특성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옳지 않은가.

정부가 바가지를 씌우기 위해 명분 뒤에 감춘 실익을 따지는 꼴은, 이미 널리 알려진 다음의 두 그래프에 잘 나타나 있다. 그래프는 논문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에 나온 것을 SBS 기사에서 재인용했다.

1-1. 담뱃값을 올리면 소비가 줄어든다. 담뱃값과 소비량은 거의 반비례 관계다. 이것은 한시적인 효과로 봐야 맞지만, 어쨌든 일단 그런 관계가 있다.




1-2. 이렇게 되면 값을 올려 세금을 늘리려는 정책이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 많이 올려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급감하면 오히려 세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하여 최적의 가격 인상 포인트를 찾으면 4,500원 정도가 된다.




이렇게 담뱃값을 세수 최고점인 4,500원으로 설정한 정부의 뜻은 "담뱃값을 대폭 올리겠다. 세금 내기 싫으면 끊어라. 하지만 네놈들 중 상당수는 끊지 못하고 호구세를 바치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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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종종 무기가 된다. 위 그래프는 담뱃값을 올리려는 정부에게 무기로 쓰였다. 그럼 거꾸로 한번 생각해 보자. 이하의 그래프에서 쓰인 수치는 위의 논문에 나온 것을 그대로 썼다. 담배 소비량, 흡연자 수, 흡연량 등은 거시 차원에서 서로 비례하는 것으로 보아, 아래 설명에서 혼용했다.

2-1. 1-1 그래프는 담뱃값을 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소비를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이다. 물론 이 1차 함수 그래프는 과거의 자료에 바탕을 둔 함수식에 따라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소비자의 정치적인 의지가 개입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말하자면, 정부가 담뱃값을 대폭 올림에 따라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소비 감소분에 더하여, 이러한 꼴이 보기 싫어서 (담배를 사 피울 여건이 충분히 되는데도) 저항하는 의미로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해 보자. (담배를 끊지 않고 흡연량을 줄여도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이를 포함하여 '담배를 끊는다'고 표현하자.)




이 그래프에서 '0%'는 정치적 의지에 따른 행동 없이 자연스럽게 감소되는 경향만 반영한 것으로, 위의 1-1 그래프와 같다. '2%' '3%' '6%'는 이러한 자연 감소분에 더하여, 출발점(2,500원) 당시 흡연자의 2%, 3%, 혹은 6%가 정치적인 항의의 목적으로 담배를 끊은 경우다. 값이 많이 오를수록 충격과 저항이 더해진다는 점을 반영하여, 각 % 포인트는 500원 인상당 누적으로 처리했다. (판매량 0 이하의 값은 물론 무의미함.)

▷ 2% 그래프: 500원 오를 때마다 원래 흡연자의 2%가 항의의 표시로 금연함. ex) 4,500원일 경우 8%가 이에 해당.
▷ 3% 그래프: 500원 오를 때마다 원래 흡연자의 3%가 항의의 표시로 금연함. ex) 4,500원일 경우 12%가 이에 해당.
▷ 6% 그래프: 500원 오를 때마다 원래 흡연자의 6%가 항의의 표시로 금연함. ex) 4,500원일 경우 24%가 이에 해당.

2-2.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담뱃값 인상에 항의하는 행동을 반영하여 세수 효과를 그래프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역시 0%는 이러한 정치적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로, 위 1-2의 그래프와 같다. (X축과 만나는 지점의 수치가 조금 다른 것은, 담배 세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에서는 실제 세율에 가깝게 세금과 부담금 등을 70%로 잡았다. 위 논문에 나온 그래프 중에도 이 수치로 그림을 그려본 게 있다.)




담뱃값 4,500원 부근을 확대해 보면 아래와 같다.




항의에 따른 추가 금연자가 2.5% 누적분의 형태로 존재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검정색 곡선은 담뱃값 4,500원 지점(빨강색 세로선)에서 거의 완벽하게 0에 이른다. 다시 말해, 이 경우 담뱃값 인상에 따른 증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값을 올리기 전 흡연자의 10%가 항의의 표시로 담배를 끊는다면, 정부의 바가지 씌우기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프에서 보듯, 이러한 저항적 금연이 존재하는 경우 세수 최고점은 4,500원보다 훨씬 앞쪽에서 잡힌다. 즉 담뱃값을 적게 인상해야 증세 효과를 볼 수 있다.

1-1의 그래프에서,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소비량은 34%다. 여기에 10%를 더하면 44%가 된다. 결코 작지 않은 숫자다. 기존 흡연자 중 절반 가까이가 담배를 끊거나, 아니면 흡연량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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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지금 정부 정책에 저항하기 위한 방식으로 금연이나 담배 소비 감소를 검토해 보고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참여하면 이런 효과가 나타나겠는가.

문제를 단순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한다.

1)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48.4%)은 박근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다.
2) 대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투표에 나타난 분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다.
3)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담뱃값 인상을 지지하지 않는다.
4) 박근혜 지지자와 비판자들은 똑같은 정도로 담배를 피운다.
5) 담배값 인상으로 인한 자연 감소 현상은 두 그룹 사람들에게 같은 정도로 나타난다.

이 경우,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였을 때 발생하는 자연 감소분 중 17.5% 포인트는 박근혜 지지층이 담당한다. 따라서 바가지를 격퇴하기 위해 필요한 44% 중 나머지 26.5% 포인트만이 정부를 비판하는 쪽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이 중에서 역시 자연 감소분은 16.5% 포인트다. 따라서 저항적 의미에서 담배를 끊는 사람이 10% 포인트만 있으면 된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추가 세수를 0으로 만드는 흡연자 구성비


이 말은,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 중에서 20.7%, 즉 다섯 명 중 한 명이 적극적인 저항적 의미로 금연에 참여한다면 정부의 증세 기도는 물거품이 된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않습니까?

몇 가지 가정을 전제로 하여 거칠게 나온 결론이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논리인 것 같다. 이참에 담배를 확 끊어버리는 것은, 꼼수를 부려 곳간을 채울 생각에 부풀어 있는 정부에 감자를 먹이는 조세 저항이기도 하지만, 물론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결심임이 틀림없다. 요즘 보기 드문 꿩 먹고 알 먹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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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1월5일 02:00)

이 글의 원래 제목은 '바가지 상혼을 격퇴하는 매직 넘버 12%'였습니다.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한 데 따른 추가 세수가 0에 가까워지는 조건을 좀더 자세히 살펴본 뒤, '저항적 감소'를 500원 인상당 3% → 2.5%로 재설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조건에 좀더 맞는 수치는 10%이며, 이에 따라 제목과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덧글

  • Silverwood 2015/01/04 21:35 # 답글

    정부에서 금연관련 보조금으로 1억 6천을 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금연클리닉 확장 및 금연점검, 이동금연 교육을 하고, 금연강사를 채용하라는데..작년 말에 금연점검 가서 저를 보며 갑질하니 기분이 좋냐면서 제 어머니 안부를 묻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제가 한것도 아니고 나라에서 지침이 내려와서 어쩔수 없이 한다는데도 저만 욕먹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저로선 꽤 분합니다.
  • deulpul 2015/01/04 23:08 #

    말씀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만, 그 취지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감정적 반발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탓에 애먼 시행자만 중간에서 곤욕을 치른다는 말씀이라고 이해합니다. 무리한 인상으로 인한 갈등의 와중에 제가 생각하지 못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네요. 이곳에서는 그럴 때 "난 그냥 내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라고 말함으로써,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한다(네가 성질 내야 할 놈은 따로 있다)고 대응합니다만...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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